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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영화감독, 줄거리, 평론

by beaksansa 2025. 4. 16.

영화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1.영화감독

 

2015년, 홍상수 감독의 열일곱 번째 장편영화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개의 버전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인간 관계의 미묘한 심리와 선택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파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이러한 독창적인 방식은 홍상수 감독 특유의 미니멀리즘적 연출과 철학적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학교,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영화와 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하면서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당시의 한국 영화가 스릴러, 액션, 멜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던 데 반해, 홍상수는 일상적인 대화와 현실적인 인물 묘사를 중심으로 한 리얼리즘 영화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홍상수의 영화는 주로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 창작자(감독, 작가, 예술가 등)의 일상, 그리고 인간의 위선과 진실에 대한 성찰을 다룬다. 그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기보다는, 반복, 변주, 우연, 단절된 장면을 통해 현실의 비논리성과 인간 감정의 복잡함을 투영한다. 특히 정적인 롱테이크 촬영, 줌인/아웃 중심의 카메라 워크, 대사 중심의 구성은 그의 영화 스타일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이러한 홍상수의 스타일이 집약된 영화다. 영화는 같은 시간과 공간, 동일한 인물 설정을 두고 서로 다른 감정의 흐름과 사건의 변주를 보여준다. 영화감독 함천수(정재영 분)는 한적한 도시 수원에 강연을 위해 내려오고, 그곳에서 화가 윤희정(김민희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관계를 이어가지만, 대사 한두 마디의 차이, 태도의 미묘한 변화만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와 결과가 만들어진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같은 설정 속에서, ‘지금은 맞고’ 혹은 ‘그때는 틀리다’는 말이 어떻게 의미를 달리할 수 있는지를 영화는 보여준다.

이러한 영화적 실험은 단순한 플롯의 장난이 아니다. 홍상수는 인간의 진심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말과 행동의 작은 차이가 인간 관계에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깊이 탐구한다. 그는 “사람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진실을 피할 수 없다”는 철학적 통찰을 영화 속에 담아낸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일상의 언어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홍상수 감독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정재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이는 그가 단순한 예술영화 감독을 넘어, 세계 영화계에서 독자적이고도 강한 발언권을 가진 작가 감독임을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는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매 작품마다 독립적인 미학과 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특정 장르로 분류되기 어렵다. 그는 제작비나 러닝타임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사를 쓰고 배우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영화를 만들어간다. 이는 그의 작업 방식이 지극히 개인적이며 동시에 예술적인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또한 홍상수는 실제 삶과 영화 속 이야기의 경계를 흐리는 연출로도 유명하다. 그의 영화는 종종 자전적 요소를 품고 있으며, 현실에서의 경험을 영화로 옮기거나, 영화 속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역시 실제로 김민희와의 관계를 시작하게 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며 독특한 영화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결국, 홍상수는 한국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상업성보다는 예술성과 철학을 우선시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그가 추구해온 영화적 실험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드러난 작품이며, 그를 이해하고자 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표작 중 하나다.

 

 

 

2.줄거리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두 번 반복하면서, 말과 행동의 아주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뉘며, 첫 번째는 “그때는 틀리다”, 두 번째는 “지금은 맞다”라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감독 함천수(정재영)는 강연을 위해 수원에 도착한다. 시간이 남은 그는 수원에 있는 한 화실에서 젊은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나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밤을 보내지만, 천수의 거짓말과 애매한 태도는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균열을 만든다. 천수는 솔직하지 못했고, 결국 불쾌한 분위기 속에서 만남은 끝이 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장은 같은 설정과 인물, 장소로 시작되지만, 천수의 말투와 태도가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더 솔직하고 진심 어린 태도로 희정에게 다가간다. 천수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꾸미지 않고 말하며, 희정 또한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연다. 두 사람의 하루는 더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의 결말에 도달한다.

이처럼 영화는 '말과 태도의 미묘한 차이'가 인간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며, 선택과 진심의 중요성을 사색하게 만든다.

 

 

3.평론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이 인물의 내면과 인간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같은 시간과 공간, 같은 등장인물을 배치한 두 가지 이야기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감독 특유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진심’과 ‘선택’의 의미를 탐구한다.

영화감독 함천수가 젊은 화가 윤희정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는 내용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의 말과 태도가 조금씩 달라질 때 각 장면의 분위기와 결과도 극명하게 달라진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의 천수는 어딘가 가식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관계를 주도하려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솔직하고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다가서며 전혀 다른 감정적 교류를 만든다.

홍상수는 이 작품을 통해 일상의 미묘한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어떤 감정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한다. 고정된 카메라, 인위적이지 않은 대사, 느린 호흡의 연출은 그의 영화 세계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며,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진실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정재영과 김민희의 담백한 연기도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단순한 로맨스도, 복잡한 서사도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다르게 살 수 있었던 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은 관객에게 오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