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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 시대적배경, 줄거리, 출연배우

by beaksansa 2025. 4. 15.

영화 - 아가씨
아가씨

 

 

1.시대적배경

 

박찬욱 감독의 2016년작 <아가씨>는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되, 원작의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과 일본으로 바꾸며 독창적인 재해석을 시도했다. 이처럼 <아가씨>는 단순히 시대적 배경을 옮겨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제강점기라는 복합적인 정치·문화적 맥락을 영화의 긴장감과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유기적으로 녹여낸다.

1930년대는 한국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로,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 아래 놓여 있었다. <아가씨>는 이 시기를 통해 단지 권력 관계뿐만 아니라 계급, 젠더, 식민성과 자본주의의 이중 억압 구조를 함께 조명한다. 특히 영화의 주요 무대인 거대한 저택은 일본식, 서양식, 조선식 건축 양식이 혼재된 복합적 구조로, 시대의 혼란과 권력 관계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이 저택은 히데코의 이모부이자 후견인인 코우즈키가 일본 귀족 문화를 흉내 내며 세운 공간으로, 그 안에 사는 인물들 역시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살아간다.

 

극 중 조선인 소매치기 숙희와 일본인 상속녀 히데코의 관계는 단순한 사기극이나 로맨스를 넘어, 지배자와 피지배자, 남성과 여성, 부유층과 하층민의 얽힌 구도 속에서 전개된다. 숙희는 일본 귀족 문화를 동경하는 사기꾼의 꾐에 넘어가 히데코를 속이려 하지만, 점차 그녀와 감정적으로 얽히게 된다. 이러한 관계 변화는 단순한 플롯의 반전을 넘어서, 식민지 조선인이 일본인 상류층과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관계의 방식—복종, 속임수, 또는 저항—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영화 속에서 일본어와 한국어가 혼용되는 대사는 시대의 언어적, 문화적 복잡성을 드러낸다. 히데코와 코우즈키는 일본어를 사용하며 지배자 계층의 언어를 상징하고, 숙희와 그녀의 일당은 조선어를 사용하면서 피지배자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두 언어 사이의 경계는 인물들의 정체성과 감정이 뒤섞이며 점차 흐려진다. 이러한 언어적 혼란은 당시 조선인들이 겪었던 정체성의 위기와 억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편, 영화는 1930년대의 외형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다. 특히 여성 주체의 욕망과 해방을 전면에 내세운 서사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대담한 이야기다. 히데코는 상속녀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억압된 삶을 살아왔고, 그녀가 읽어야만 했던 외설적인 일본 소설은 남성 중심의 성적 판타지를 반영한다. 반면 숙희는 비록 하층민 출신이지만 자유롭고 능동적인 성격으로, 히데코의 해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두 여성의 연대는 당시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처한 억압을 깨고,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식민지 시기의 ‘문화 소비’에 대한 풍자도 담고 있다. 코우즈키는 조선인 출신임에도 일본 귀족 문화를 맹목적으로 흉내 내며, 성적인 판타지와 수집욕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그는 조선의 문화적 정체성을 부정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권위에 자신을 맞추며 ‘출세’를 꿈꾼다. 이는 당시 많은 조선 상류층과 친일파 인물들이 택했던 현실적인 선택을 반영하면서도, 이중적 배신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아가씨>는 단지 로맨스, 스릴러, 혹은 에로티시즘의 외피를 가진 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의 불편한 진실을 세련되게 풀어낸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시대를 단순한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고, 인물의 심리, 구조적 억압, 그리고 그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로 확장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아름다움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적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아가씨>는 1930년대라는 시대를 빌려, 권력과 욕망, 억압과 해방의 이야기를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 쓴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이야기의 틀을 넘어, 인물들의 모든 행동과 정체성, 그리고 결말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영화의 긴장과 미학을 완성시킨다.

 

 

2.줄거리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되, 배경을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과 일본으로 옮겨 강렬하고도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으며, 각 파트마다 시점을 달리하여 인물들의 숨은 동기와 반전이 드러난다.

이야기는 조선인 소매치기 숙희가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의 계획에 따라 일본 귀족 상속녀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백작은 히데코를 유혹해 결혼한 뒤,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고 정신병원에 가두려는 음모를 꾸민다. 숙희는 이에 동조해 히데코를 속이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에게 진심으로 끌리게 된다. 그러나 숙희는 히데코가 백작을 진심으로 따르는 듯한 모습에 혼란을 느낀다.

1부에서는 숙희의 시점에서 이들의 관계가 전개된다. 그녀는 히데코에게 점차 정을 느끼지만, 결국 계획대로 히데코를 설득해 백작과 결혼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결혼 후, 예상과는 달리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은 히데코가 아니라 숙희다. 여기서 첫 번째 반전이 일어난다.

2부에서는 히데코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재구성된다. 히데코는 어린 시절부터 후견인인 코우즈키 숙부의 저택에서 외설 문학을 낭독하며 억압된 삶을 살아왔다. 백작은 히데코를 구출하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했고, 히데코는 처음에는 그를 따르는 척했지만, 숙희와 가까워지면서 그녀를 믿고 사랑하게 된다. 사실 히데코는 처음부터 백작의 계략을 알고 있었고, 숙희가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숙희를 구하기 위해 백작과의 계획을 일부 수정해 정신병원에 숙희가 대신 들어가게 했던 것이다.

3부에서는 두 여성이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사랑하게 되면서 다시 힘을 합쳐 계획을 바꾸는 과정이 그려진다. 히데코는 숙희를 정신병원에서 구출하고, 둘은 코우즈키와 백작을 속인 뒤 저택을 탈출한다. 반면, 백작은 코우즈키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히데코와 숙희가 배를 타고 일본을 떠나 자유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아가씨>는 단순한 로맨스나 스릴러가 아니라, 배신과 욕망, 억압과 해방, 그리고 여성 간의 연대와 자아 찾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서로를 속이고 속이던 관계는 진실된 감정과 신뢰로 변하며,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두 주인공의 해방과 사랑은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각 파트의 시점 전환은 관객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고, 그로 인해 이야기의 층위가 깊어지며 몰입감을 더한다.

결국 영화는 두 여성이 억압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와 사랑을 쟁취하는 여정을 그린다. 화려한 영상미와 미장센, 그리고 섬세한 심리 묘사가 어우러져 <아가씨>는 단순한 반전극을 넘어선 강렬한 서사로 완성된다.

 

3.출연배우

 

 

영화 <아가씨>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외에도 뛰어난 배우들의 열연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네 명의 주연 배우는 각기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닌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김민희는 일본 귀족 상속녀 ‘히데코’ 역을 맡아 억압받는 여성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녀는 겉으로는 단아하고 순종적인 모습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와 저항의 욕망을 품은 캐릭터를 정교하게 소화해냈다. 김민희는 이 역할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많은 찬사를 받으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김태리는 숙희 역으로 스크린 데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다. 소매치기 출신이자 하녀로 위장해 히데코 곁에 들어가는 인물로, 천진난만함과 욕망, 사랑 사이에서 변화하는 감정을 능숙하게 표현했다. 신인답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와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인상 깊었다.

하정우는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 역으로 등장해 능청스러운 매력과 위선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여줬다. 그는 기회주의적이면서도 치밀한 인물로, 이중적인 태도를 능란하게 표현하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조진웅은 히데코의 후견인이자 숙부인 ‘코우즈키’ 역을 맡아 광기 어린 집착과 권력욕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냉혹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이야기의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이처럼 <아가씨>의 출연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에 완벽히 몰입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국내외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