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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은 2023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12·12 군사 반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대한 분기점 중 하나로, 이후의 정치·사회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화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하되,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하여 긴박한 하루의 기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1.시대적 배경
1979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격동의 해였다. 같은 해 10월 26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암살되면서 유신정권이 막을 내린다. 박정희 정권은 18년간 권위주의 통치를 이어왔으며, 유신헌법을 통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독재 체제였다. 그의 사망은 한국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고, 군과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노재현과 계엄사령부는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박정희 정권 하에서 실권을 장악했던 신군부 세력, 특히 보안사령관 전두환과 그의 동료들은 이 기회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12·12 군사 반란이다.
12월 12일 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하나회의 핵심 장교들은 당시 계엄사령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수도 서울의 군 병력들을 동원해 정부와 군부를 장악하는 쿠데타를 감행한다. 이는 합법적인 명령체계를 무너뜨리고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2. 줄거리
《서울의 봄》은 이 하루 동안 벌어진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작품이다. 영화는 주로 군 내부의 움직임, 병력 배치, 인물들의 심리전, 충돌과 긴장의 연속으로 전개되며, 역사적인 사건의 무게를 강한 서사로 그려낸다.
영화는 12월 12일 저녁, 보안사령관 '전두광(전두환을 모델로 한 가상 인물)'이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기 위해 쿠데타를 준비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는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 배치된 주요 군부대를 장악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빠르게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정식 명령이 아닌 사적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장교들과 부대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혼선과 긴장이 극적으로 묘사된다.
이에 맞서는 인물은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실존 인물인 장태완 장군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이다. 이태신은 헌법과 군 조직의 합법성을 지키기 위해 전두광의 반란에 끝까지 저항한다. 그는 정승화를 지키기 위해 부대를 출동시키고, 충돌을 피하려 하면서도 불법적인 군사행동을 막으려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좁은 군 작전통제실과 격렬한 회의장, 각 부대 지휘본부, 청와대 주변 등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긴박한 상황을 실감나게 그린다. 특히 서로 다른 명령을 받은 병사들과 지휘관들이 혼란에 빠지는 모습은 전시와도 같은 위기감을 자아낸다.
감정선의 축은 ‘충성’과 ‘명령’ 사이에서 갈등하는 군인들의 모습이다. 부대 내에서는 위에서 내려온 명령에 따라야 할지, 국가의 헌법적 질서를 지켜야 할지 고민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며,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고뇌가 사실감 있게 묘사된다. 전두광은 냉혹하고 치밀한 전략가로 묘사되며, 그의 카리스마와 위압감은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반면 이태신은 강직하고 신념 있는 군인으로, ‘군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철학을 끝까지 고수한다. 하지만 결국 상황은 전두광과 신군부의 손에 넘어가고, 영화는 그 날의 결과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짧게 요약하며 마무리된다. 영화는 12·12 사건 이후의 역사, 즉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전두환의 집권 등 후속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엔딩에서 암시적으로 그 영향을 드러낸다.
3.평론
《서울의 봄》은 2023년 한국 영화계에 묵직한 울림을 던진 정치 스릴러다. 이 작품은 1979년 12월 12일 벌어진 군사 반란, 즉 12·12 사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하루를 사실감 있게 재현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이후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권력을 잡기 위한 군 내부의 치열한 충돌은 영화적 긴장감과 역사적 무게를 동시에 지닌다.
감독 김성수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되, 특정 인물들을 약간의 허구적 장치를 통해 재해석한다. 실존 인물인 전두환은 영화에서 ‘전두광’으로, 장태완 장군은 ‘이태신’으로 등장한다. 이는 법적 부담을 피하는 동시에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지만, 인물 간의 성격과 사건의 흐름은 사실에 매우 근접하게 묘사된다. 이로 인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경계를 오가며 몰입도를 높인다.
《서울의 봄》의 가장 큰 강점은 긴장감 넘치는 서사 전개다. 영화는 단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을 초 단위로 따라가며 전개되는데, 마치 전쟁 영화처럼 병력 배치와 명령 체계, 무력 충돌의 위협이 이어진다. 군 내부의 명령 혼선, 상하관계의 붕괴, 양심과 권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매우 탁월하다. 명령이 아니라 원칙을 따르려는 이태신의 고뇌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치가 어떻게 지켜졌는지를 상기시킨다.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은 카리스마와 냉정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분해, 권력의 야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반면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강직하고 원칙적인 군인의 모습을 통해 관객의 감정적 중심축이 된다. 두 배우의 대립 구도는 영화의 서사적 긴장을 끌고 가는 핵심 축이다. 특히 이태신이 “군은 국가를 지키는 것이지, 권력을 잡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연출은 절제와 속도감이 잘 조화되어 있다. 과도한 설명 없이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서사를 이끌어가며, 관객이 상황의 중대함을 스스로 체감하게 만든다. 또한 밤을 배경으로 한 서울의 묵직한 분위기, 긴박하게 움직이는 병력의 모습은 실제 상황처럼 생생하게 묘사된다. 중간중간 삽입된 뉴스 보도와 무전 통신 음성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배가시킨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던지는 역사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12·12 군사 반란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닌, 민주주의의 근간이 위협받았던 순간이다. 영화는 이 사태를 통해 권력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정치·사회 구조의 뿌리에 그날의 사건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명한다.
《서울의 봄》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고, 미래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묻는 질문이다. 헌법과 원칙, 그리고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영화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고, 묵묵히 그 뜻을 계승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