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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영화감독
영화 라이터를 켜라는 2002년에 개봉한 대한민국의 코미디 영화로,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는 장항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그의 독특한 유머 감각과 서사 구성 능력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합니다.
장항준 감독은 1969년생으로, 본래 영화감독보다는 방송 작가와 각본가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뒤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에 참여하며 필력을 쌓았습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드라마와 시트콤 대본을 쓰며 대중성과 개성을 함께 인정받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가 영화감독으로 전향했을 때 유려한 대사와 자연스러운 상황 코미디로 이어졌습니다.
라이터를 켜라는 잘 짜인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해프닝과 오해, 그리고 인물 간의 충돌과 화해를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고등학생과 야쿠자, 기자, 형사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위트 있게 풍자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장항준 감독 특유의 유머와 리듬감 있는 전개는 관객에게 색다른 웃음을 선사했으며, 이후 많은 영화 및 방송 콘텐츠에서 그의 스타일을 따르는 창작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이후에도 기억의 밤 등 장르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색을 유지해왔습니다.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대중적인 호감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의 부부 생활, 창작자로서의 이야기, 유쾌한 입담 등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은 장항준 감독을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닌, 이야기꾼이자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결국 라이터를 켜라는 단순한 코미디 영화를 넘어서, 장항준이라는 재능 있는 감독의 출발점이자 한국 영화계에 독특한 유머 감각과 이야기 구조를 선보인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지금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웃음 속에 날카로운 시선이 숨어 있다"는 평이 이어질 정도로 그 여운이 깊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이후 행보를 통해 그는 단순히 웃기는 사람을 넘어서, 우리 사회와 인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로 풀어내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입증해나가고 있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며,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창작자로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의 행보가 한국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해 볼 만합니다.
2.줄거리
영화 라이터를 켜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일간지 기자 이정우(이선균 분). 그는 언론사에 다니지만 번듯한 기자로 인정받기보다는 한직에 밀려난, 야망은 크지만 현실은 초라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에게도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바로 일본 야쿠자의 밀거래 현장을 목격하고 단독 특종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정우는 이 특종으로 인생을 역전시키겠다는 생각에 불타오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 하나, 밀거래 현장을 촬영한 카메라가 든 가방을 분실했다는 것입니다. 이 가방에는 단순한 사진뿐만 아니라, 기자 생명을 걸 수 있는 자료들이 담겨 있어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이정우의 좌충우돌 가방 추적극으로 빠르게 전개됩니다.
한편, 이 카메라 가방은 엉뚱하게도 고등학생에게 넘어가고, 다시 그 가방을 노리는 야쿠자, 삼류 건달, 형사, 폭력배, 그리고 가방을 쥐고 도망치는 고등학생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같은 물건을 쫓으며 벌이는 일련의 상황들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으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행동과 대사는 유쾌한 웃음을 유발합니다. 예컨대,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야쿠자, 뭔가 부족하지만 의욕만은 앞서는 기자, 예상 밖으로 용감한 고등학생 등 각 캐릭터는 개성 넘치는 행동과 대사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이들이 엮이면서 발생하는 오해와 코믹한 상황들이 빠른 템포로 이어지면서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됩니다.
영화의 제목인 라이터를 켜라는 극 중 한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소도구로, 우연히 불을 켠 라이터가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됩니다. 이것은 일종의 메타포로서, 어둠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기자 정신과도 연결되며 영화의 중심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이정우는 우여곡절 끝에 진실에 다가가며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적인 성장을 겪게 됩니다.
결말에서는 모든 인물들의 목적이 뒤엉킨 채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며, 극적인 반전과 함께 유쾌한 마무리를 선사합니다. 이 과정은 블랙코미디적인 요소와 사회 풍자의 성격도 띠고 있어 단순한 웃음에 그치지 않고, 기자 정신이나 사회 구조에 대한 은근한 비판도 엿보이게 합니다.
총체적으로 보면 라이터를 켜라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키며 벌이는 코미디 활극입니다. 사건의 본질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 군상의 욕망, 어리석음, 희망, 그리고 변화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 정신없는 소동극은 빠른 전개와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장항준 감독 특유의 이야기 솜씨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3.평론
영화 라이터를 켜라는 2002년에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당시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액션, 범죄, 코미디가 결합된 독특한 장르적 실험을 통해 관객에게 색다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며, 장항준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과 이야기 전개 능력을 증명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한 고등학생이 우연히 일본 야쿠자의 가방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는 일련의 소동극을 다루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범죄나 스릴러 영화에서 출발하지만, 전통적인 추격전이나 진지한 분위기 대신 경쾌하고 코믹한 전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처럼 진지한 소재를 가볍고 유쾌하게 비틀어 보여주는 접근은 한국 코미디 영화 중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로, 관객에게 단순한 웃음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장항준 감독의 연출력은 이 영화에서 특히 빛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각 인물이 모두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이야기 속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가방’과 ‘라이터’라는 상징적인 물건은 단순한 소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물건들을 중심으로 한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다소 복잡할 수 있는 다중 서사를 리듬감 있게 구성해낸다.
영화의 유머는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다. 대사 하나하나에 담긴 말맛과 상황 설정에서 오는 웃음은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다. 특히 캐릭터 간의 오해와 충돌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방식은 장항준 감독이 방송과 드라마에서 쌓아온 내공을 영화적으로 잘 전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라이터를 켜라는 단순한 ‘코미디’로 분류되기보다는, ‘정교한 이야기 설계 위에 지어진 코믹 서스펜스’로 평가된다.
연기 또한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 특히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인물들이 만날 때마다 생기는 시너지 효과가 뛰어나다. 캐릭터 간의 대립과 연대, 반복되는 오해와 해프닝은 영화 내내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또한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해프닝의 나열 같지만, 그 속에는 가족 간의 단절, 소통의 부재, 청소년 문제, 언론과 경찰의 이기적인 태도 등 한국 사회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주인공 동철과 그의 아버지 사이의 갈등과 화해는 영화의 정서적 핵심으로, 코믹한 전개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라이터를 켜라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선 정서적 울림을 지닌 영화로 평가받는다.
또한, 영화의 편집과 음악, 촬영 등 기술적인 측면도 완성도가 높다. 특히 빠른 전개 속에서도 혼란스럽지 않게 이야기를 정리하는 편집, 그리고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음악은 영화의 리듬감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라이터를 켜라는 개봉 당시에는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으며 재조명된 작품이다. 한국형 장르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장르 혼합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사례로 꼽히며, 이후 수많은 젊은 감독들에게 창작적 영감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라이터를 켜라는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가치를 지닌 영화다. 정교한 플롯, 개성 넘치는 인물, 날카로운 사회 풍자, 그리고 따뜻한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며, 한국 영화사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적 출발점이자,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이 영화는 지금도 회자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