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줄거리
기차 창문에 비친 인간성의 초상서울역 플랫폼에 서 있는 석우(공유)는 딸 수안(김수안)의 생일 선물로 들고 있는 닌텐도 DS 화면에 집중한다. 게임 속 캐릭터가 좀비에게 물려 쓰러지는 장면이 반복되던 그날, 현실은 예고 없이 게임보다 잔인한 난국을 펼쳤다. 화학물질 유출로 변이된 좀비 바이러스가 도시를 덮치자, 부산행 KTX는 유일한 생명줄이 된다.
첫 번째 감염자가 나타난 것은 대전을 지나던 차량 연결부였다. 피를 흘리며 경련하는 승객의 모습에 "알코올 중독자 아닌가요?"라며 수근대던 승객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 군단으로 변했다. 석우는 딸을 업고 좁은 화장실로 도망치며, 임산부 성경(정유미)과 그녀를 지키는 혈기남편 상화(마동석)를 마주한다. 거친 숨소리와 좀비의 신음이 교차하는 밀폐된 공간에서, 석우는 평생 쌓아온 이기심의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대전역에 도착한 생존자들은 군의 구조 방송에 속아 역으로 내린다. 그러나 역 구내는 이미 시체들이 우글거리는 지옥이었다. 상화가 좀비 떼를 유인하며 외치는 "여기로 오세요!" 소리에 석우는 처음으로 타인의 손을 잡는다. 철문을 닫는 순간, 상화의 팔뚝에 핏물이 튀었다. "아내 이름은… 우리 애 이름은…" 그의 마지막 말이 차창 밖으로 흩어지는 동안, 석우는 딸을 안은 팔에 묻은 남의 피가 뜨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차 후미 칸에서 벌어진 계급 투쟁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비즈니스석 승객들을 주도한 기업가 용석(김의성)은 "저쪽 사람들 감염됐다"며 동료를 배신했다. 좌석 번호표를 들이대며 구분한 생존자들의 경계선은, 자본과 신분이 만든 보이지 않는 장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부산 20km 전방. 석우의 팔목 시계 바늘이 멈춘 채, 감염된 그는 딸에게 마지막 미소를 지어보인다. "수안아, 아빠는 여기서 내려야겠다." 추락하는 몸뚱아리가 선로에 부딪히는 소리는, 아버지가 딸에게 남긴 유일한 자장가가 되었다.
살아남은 수안과 성경이 군 초소 앞에 섰을 때, 병사들의 총구는 인간성 최후의 시험대가 되었다. 수안이 흐느끼며 부른 《알로하 오에》는 좀비도, 인간도 아닌 어떤 순수한 생명의 울림으로 공중에 퍼졌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묻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재난이 인간을 변하게 할 때, 그 변화는 진화인가 퇴보인가?
부산행은 좀비라는 거울에 비춘 인간 군상의 초상화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기차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보는 118분 동안, 우리는 모두 그 차량의 승객이 된다.
클라이맥스:
- 대전역 사투: 생존자들이 잠시 머문 역이 좀비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급히 열차로 복귀합니다.
- 상화의 희생: 좀비 군단으로부터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다 감염됩니다.
- 석우의 변신: 딸을 구하기 위해 감염된 채 열차에서 뛰어내리며, 눈물겨운 아버지의 희생을 완성합니다.
2.제작진 & 배우
감독 | 연상호 | 《반도》《지옥》 시리즈로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지평 개척. |
주연 | 공유 | 이기적 인물에서 희생적 아버지로의 변화 연기로 호평 |
조연 | 마동석 | 액션 장면과 감정 연기 균형으로 "믿고 보는 배우" 입지 강화 |
신인 | 김수안 | 어린 나이에 극의 감정적 무게 중심을 잡은 천재적 연기 |
3.영화사적 의의
- 장르 혁신: 한국 최초의 본격 좀비 블록버스터로, 할리우드적 소재를 한국적 정서(가족애, 계급 갈등)와 결합.
- 사회적 메시지:
- 계급 차별: 비열한 기업가 **용석(김의성)**이 좀비 위기 속에서도 권력 투쟁을 벌이며 인간의 추악함을 상징.
- 인간성 탐구: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주제를 각인시킴.
- 글로벌 영향력:
- 2016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국제적 주목 받음.
- 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감독)이 "《부산행》의 긴장감과 서사는 완벽하다"고 극찬.
4.총평
《부산행》은 단순한 좀비 액션을 넘어 인간 내면의 몰락과 각성을 날카롭게 묘사한 걸작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속도감 있는 연출로 118분 내내 관객의 호흡을 압도하며, 공유·마동석 등 배우들의 열연이 캐릭터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1,156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좀비 장르의 상업적 성공을 입증했고, 《반도》 《기생수: 더 그레이》로 이어지는 "연니버스"의 초석이 되었습니다.